어제 저녁, 동생이 근처에서 개울음소리가 난다길래 옥상 쪽으로 올라갔더니만 이녀석이 있었습니다.
다가가니 잡동사니 모아둔 공간 속에 숨어서 나오질 않더군요.
무슨 연유로 올라왔는지는 둘째치고서라도 꺼내서 내보내려고 했는데 숨어서 나올생각을 안하네요.
하는수 없이 날 밝은 다음에 다시 시도를 해봤는데
개의 덩치도 있고 숨어있는 틈새로 들어가기엔 너무 협소해서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시시한 문제로 치부하기 쉬울텐데 성심 성의껏 도와주시더군요.
일단 녀석을 포획하고 보니 지저분한곳도 없고 성격도 순한거보니 떠돌이는 아니고,
아마 누군가 키우다가 버릴 심산으로 우리 빌라 옥상 앞에 놓고 간듯 싶어요.
발견한 사람이 키워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을진 모르겠으나
저런 덩치있는개를 키울 빌라는 웬만해선..
아니 적어도 이 빌라 안에는 이녀석을 감당할만한 공간이 결코 없어요.
겁에 잔뜩질린데다 본성이 제법 순한지 저항할 생각도 안하네요.
그래서 좀 느슨하게 박스에 놨더니 도망가려 시도 하길래 온갖 쇼를 해가며 다시 잡은 다음
옥상에 놔뒀습니다. 좀 겁에 질린녀석에 대해 거칠긴 해도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나요...
결국 동물구조단에 연락을 해서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후 오셔서 박스 안에 있는 녀석을 데려가시더군요.
근데 하시는 말씀이 1달동안 보호하다가 원주인이나 입양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규정에 따라 안락사 시킬수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안락사라는 여지에 대해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직접 듣고 보니 그놈의 겁에 질린 눈동자가 떠올라서 약간 뒷골이 당기는 기분이 들더랍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키우던 녀석을 뒤도 안돌아보고 버린 주인도 야속하고
뭔가를 할수도 없는 이쪽의 사정도 답답하고, 한달후의 저녀석의 입장도 장담할수 없는게 안타깝네요.
아무것도 해준바는 없지만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나서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다시는 만날수 없겠지만, 한달뒤에도 이녀석이 살아 있기를 바라면서,
혹시 유기견을 입양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이녀석의 얼굴을 좀 기억해주시길 바라는 바램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