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2일
[납량특집] 그곳에는 그것이 있었다.

어딘가의 챗에서 이야기하다 문뜩 떠오른 예전 경험담을 정리해본다.
그것은 몇년전 내가 아직 택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적의 일이다.


시간은 7월을 넘어 8월로 접어들던, 서있기만 해도 무더운 그러한날.
이러한 날 일수록 몸을 움직이는 일은 더 고달프고 힘든 법이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4월부터 추석 특수전까지 택배쪽은 말하자면 비수기,
물량이 현저하게 떨어져있기 때문에 근무량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일이 일찍 끝나긴 해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시급으로 받아 먹는 아르바이트에겐 마이너스 요인,
평소 받던 돈보다 적은 돈이 들어오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리가 없다. 게다가 일은 줄었다지만
그렇다고 더운것 까지 줄어드는건 아니지 않는가? 더운건 더운대로 싫은거고 돈이 줄어드는건 그거대로 싫은거다.

하지만 회사측은 일도 적은데 좀 빨리가줬으면 하는 심정이겠지,
그러한 심정이 맞물리는 가운데 그래도 가끔은 타협점을 찾는 무언가가 나오긴 나온다.
일은 만들면 되는거니까.

그렇게 해서 그날은 창고 정리를 하기로 했다. 열어본지는 한참됐다는데, 얼마나 어지러울진 아무도 몰랐다.
창고는 터미널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쪽은 계단이 없어서 사다리를 이용해야 올라갈수 있다
물건이 무거울 수록 쉽지 않은 작업이리라.

그렇게 시급도 챙겨 먹고 창고도 정리하자는 심정에 창고 문을 열고 같이 일하는 형 두명이 올라간다.
나머지 인원은 내리는거 받아서 버릴건 버리고, 정리할건 정리 하면 되니까.

처음에 떨어진건 모자르다고 징징대던 비품들. 그동안 모자라서 곤란하던 물건들이 갑자기 늘어나 버렸다.
그래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 틀린거 없나보다. 이런 건 따로 챙겨놔야 일할 때 골치아프지 않다
아아 나쁘지 않은 득템. 근데 현재 파란 기와지붕 집에서 살고 계신분 친척 시체 같은건 떨구지 말란말입니다(...)

그렇게 물건이 위에서 계속 내려오는 와중에 재밌는 물건들, 그러니까 회사 창고에 있는거 자체가 이상한 물건들이 내려온다.
픽업이 망가진 아이와 오디오.
그리고 내려오는 파워Mac(..) 춘추가 언제인지 알수가 없으나 모토롤라 CPU에
하드용량이 기억은 안나나 GB도 아니고 MB인 녀석이었다.
대체 왜 이런게 있는건가 하는 의문도 잠시 정체불명의 책들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러한 책들이 대충 10권 남짓. 그책은 무엇일까?

1) 즐거운 사라
2) 네크로노미콘
3) 환단고기
4) 삼대목 원본

물론 전부다 오답.





대체 이건 뭘까? 제목도 없다, 출판사도 없다, 작가명도 없다.
다만 책 앞 뒷면에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근데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그림인데 기억을 좀 더듬어 보자...

참고로 앞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이런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아아 그렇다 한마디로 BL 소설 불법 제본판. 이라고 하면 맞는 말이겠다.
그당시엔 제목이 정확히 뭔지 기억이 안났지만, 분명 그러한 장르의 소설이라는것은 틀림없이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제목 없음, 작가명 없음, 출판사명 없음, 분명 불법으로 도는 야시시한 책이라고 생각하신 형들께서는 한권씩 챙기기 시작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팔아먹자" " 고시원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놈에게 준다" 등등...
근데 솔직히 이야기해도 뭐라할 사람 없지 말이다(......)
...야시시한 책은 맞긴 맞다면서도(...) 좀 어긋나긴 했지.

그러한 형들을 보며 나는 담담하게 그책의 내용을 대강이나마 인지시키기 시작한다.
'정리하다 대충 봤는데 이러이러 합니다.' 몇몇 형들의 얼굴 표정이 슬쩍 변하던거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말을 들은 형들이 퇴근한뒤 그 책은 한권도 줄어들지 않았다.
퇴근하기 전에 심심해서 책을 펴고 잠시 읽어본다... 묘사가 좀 적나라하군 - -;
물론 나도 가져가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그당시 내려진 잡동사니들은 깔끔히 정리가 되어있었고, 그 책들의 행방은 알수가 없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냥 버렸겠지만..

근데 지금도 가끔 드는 의문이 있다. 왜 택배회사 창고에 그러한 책들이 쌓여있던 것일까?
터미널 관리하시던 과장님도 모르고, 대리님도 모른다, 같이 일하던 형들도 알턱이 없다.

누군가 택배 로 주문판매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막힌게 창고 행으로 간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해볼뿐,

어제 내 이야기를 듣던 다른 이는 "거기 소장님이 그런취향?!"이라는 식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부리부리한 눈에 깐깐해 보이는 아저씨가 그런 취향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치는 않(..) 에이 설마(...)

가끔 서점에 갔다 이 책을 보면 그 날 그때가 생각난다.
그래 대X통X 중부 영업소 창고에는 그것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by MayStorm | 2009/07/02 23:57 | 살아가며 떠들어보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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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매드랙스 at 2009/07/03 00:36
BL은 세기의 구세주인거입니다!!!!!!
Commented by MayStorm at 2009/07/05 22:09
가치무치 형님들이야 말로 사내들의 구세주(일리가)
Commented by nijinosaki at 2009/07/03 00:54
진정한 납량특집은 꿈속에 레슬러가 나타났다....일지도...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여름더위따윈 걱정없음....
Commented by MayStorm at 2009/07/05 22:09
아우 젠장 이제 여름은 시작이심!! 첨부터 그러지좀 마심!! 무섭게 왜그러심!!(..)
Commented by Laut at 2009/07/03 00:55
BL를 좋아하는 .....윗분이??????
Commented by MayStorm at 2009/07/05 22:13
에이 설마요(.........) 그 소장이 BL에 흥미가 많으신 중년아저씨라고 생각하면 이거 웃을수 밖에 없잖아요(...)
진짜면 충공깽이네요 : )
Commented by 루나 at 2009/07/03 12:11
아 저건 중학교때 친구가 가져온 X가 없어군요
Commented by MayStorm at 2009/07/05 22:13
그 작품제목은 저 사건 이후로 동생이 가르쳐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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